한국콩연구회

1. 콩 식품의 기원

장(醬)의 기원

문헌상으로 메주를 나타내는 시(豉:메주 또는 두장豆醬)는 중국 한나라(漢, BC206-AD208) 시대의 급취편(急就篇)에 처음 나온다. 시를 만들어 큰 부자가 된 사람의 이야기다. 콩이 남만주에서 중국 제(齊)나라로 전해진 것이 기원전 7세기경이라고 하니 한(漢)나라 시대에 두장이 중국사회에서 일반화된 것과 시기적으로 맞는다.1) 1) 이철호, 권태완, 콩의역사, 콩, 고려대학교출판부, (2005) 중국의 고문헌들은 시(豉)를 외국에서 유래된 방언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신당서(新唐書)에는 발해의 특산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삼국지(三國志)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 고구려조에 보면 ‘고구려 사람들은 장 발효에 뛰어나다(高句麗人 善醬釀也)’라고 기술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 시대 중국인들이 볼 때 고구려는 높은 발효기술을 가진 선진국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무렵, 메주냄새를 가올리추(高麗臭)라고 하여 ‘고려사람 냄새’라 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유럽인에게서 치즈냄새를 느끼는 것과 같은 것이다. 즉 치즈냄새가 생소하여 우리가 그 냄새를 맡는 것과 같이 중국인에게 메주나 간장 된장 냄새는 생소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고구려인들은 두장을 주로 먹었으므로 그들의 몸에서 장(메주)냄새를 맡을 수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장이 만들어졌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삼국사기에 장의 기록이 보이고 일본의 700년대 초의 문헌에도 고려장이란 기록이 남아 있어, 적어도 1400년 이상의 역사기록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 명종 9년(1554)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장 기술서 라고 볼 수 있는 <구황촬요救荒撮要>가 이택(李澤)에 의해서 출간되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세종의 어의였던 전순의(全循義)가 <산가요록山家要錄>1)1450년경 어의(御醫) 전순의(全循義)가 지은 가장 오래된 음식책으로 229가지의 조리법이 나옴 에서 말장, 합장, 간장 등 13가지의 장 담기가 소개되어 있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두장을 나타내는 장(醬)은 중국 고전에서 오랫동안 육장(肉醬)을 의미하였다. 조류나 짐승을 사냥하여 소금에 절인 것을 장으로 여겨온 것이다. 육장이 점점 쇠퇴하고 콩으로 만든 간장, 된장이 널리 쓰이면서 장(醬)은 두장을 의미하게 된다.3) 3)이성우, 한국식문화사, 교문사, 1984

<삼국사기>에서는 왕의 납채품목으로 보낸 물품에 장(醬)과 시(豉)가 기록되어 있다. 고려 숙종(1103)때는 송나라 사람인 손목이 [계림유사鷄林類事]에서 ‘장(醬)은 곧 밀조(密祖)‘라 하였다. 밀조는 시대에 따라 며조, 메조, 미주, 메주로 불리었다. 일본의 <정창원문서正倉院文書(739)>와 10세기초 <화명초和名抄>에서는 고구려장이 일본에 와 미소가 되었다고 하였다. 1717년에 [동아東亞]에서도 “고려의 장인 말장이 일본에 건너와 고구려 방언 그대로 미소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동양에서 장(醬)이라는 글자가 처음 나타낸 것은 <주례>11세기경인데 “해(醢)와 혜(醯)를 말한다”고 했다. AD100년경에 나온 <설문해자>에서도 ’장은 해(醢젓갈)이며 고기와 익은 술로써 만든 장‘이라고 하였는데, 콩을 만든 두장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한(漢)대 이후 동아시아에서 두장은 시(豉)와 말장(末醬), 그리고 곡류를 넣은 다양한 장으로 분화, 발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