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8일, 비가 올 듯 꾸물꾸물한 날씨였지만, 정길웅 박사님과 문산역에서 반가운 조우를 했다. 이진영 경기콩연구회 회장님의 안내로 경기도 파주에서 직접 콩을 생산하고 장을 담고, 판매도 하는 <안만례식품>을 탐방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콩연구회>는 신년 들어 5명의 편집위원을 선출하였고, 편집위원회는 발전방안의 하나로 콩 관련업체를 방문하여 탐방기사를 쓰기로 하였다. <안만례식품>은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거의 모든 전통장류업체의 시작이 그러하듯이 소규모로 시작해 알차게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첫 탐방지로 파주에 있는 업체가 된 것은, 파주가 장단콩 축제로 콩의 브랜드화에 성공한 곳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되었다. 일단 콩의 고장에 온 만큼, ‘DMZ 장단콩마을’이란 식당에서 된장정식을 주문하였는데 콩조림, 두부조림, 순두부찌개, 된장찌개, 청국장찌개 등 유감없이 콩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점심식사 후엔 임진각에 있는 <파주장단콩 전시관>을 둘러보았다. <파주장단콩 전시관>은 콩을 주제로 한, 국내 유일의 전시관으로 전시공간과 판매장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곳은 다양한 콩 품종은 물론 콩의 역사, 콩의 가공제품 등에 대해 잘 설명되어 있어 콩에 대해 전반적인 공부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안만례 대표는 장류사업을 한 지 올해로 7년째가 되지만 된장을 지인들과 나눠먹기 시작한지는 꽤 오래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된장 맛을 본 사람들의 권유와 식구들의 도움으로 2003년 부터 본격적인 된장담기를 시작하였다. 안 대표는 이웃들과 직접 콩농사(대원/태광)를 짓는데 작년엔 콩 100가마로 장도 담고 청국장도 만들었다. 처음엔 항아리 십 여 개로 시작하였지만 점점 그 숫자가 늘어나 지금은 항아리가 백 여 개에 이른다. 안만례란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장을 만드는 만큼 한해한해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정성을 기울인다. 콩은 10시간 정도 푹 무르게 삶은 뒤 메주를 만든다. 메주는 겉 말림 후, 매달아 40~50일 두었다가 짚 한 켜, 메주 한 켜씩 재어 뜸을 들인다. 된장과 간장으로 가른 다음엔 다시 콩을 삶아 그 콩물하나 남김없이 된장에 치대어 넣는데 그래야 더욱 맛있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안만례 대표가 제품으로 내는 된장은 꼬박 3년을 숙성시키고, 간장의 경우엔 3년 이상의 숙성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재는 단골 고객들의 전화주문과 임진각의 전시판매장이 주 거래처다. 우리가 방문한 날엔 금년 가을, 파주콩축제를 맡아할 파주농업기술센타 직원 한분이 출장 나와 있었다. 작년부터 파주에서는 장단콩으로 제품을 만들거나 음식점을 할 경우, ‘파주장단콩 지정 전문점’란 인증패를 수여하고 있다. 현재 총 21개의 업체가 인증을 받았는데, <안만례식품> 역시 인증업체다. <안만례식품>에서 놀랍고 반가웠던 것은 옛 물건을 보관, 전시해둔 개인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이다. 십여 년 전부터 옛 물건을 좋아하는 안만례씨가 하나둘 모으기 시작하였는데 맷돌, 됫박, 말, 저울, 풍구, 탈곡기 등 꽤 많은 유물을 간직하고 있다. 이 작은 박물관은 겨울엔 메주를 보관해두는 용도로, 여름이면 방문하는 사람들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정길웅 박사님은 DMZ주변을 돌아보는 내내 대를 이어 농사를 짓는 유럽의 농가와 그 바탕위에서 백년와인이 나올 수 있었다는 말씀을 하신다. 장차 <안만례식품>의 전통이 딸들에게, 또 딸의 딸에게로 이어져 너끈히 백년간장을 만들고도 남기를 바란다. *안만례된장 : 031-952-6720/017-259-6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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