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콩연구회

인간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먹을 거리(식품)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식품확보를 효율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바로 도구이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과(科)의 호미니드(Hominid) 들이나 심지어 영장류인 침팬지 조차도 먹을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도구를 만든다. 그러나 이들은 역시 매우 초보적이고 단순한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만든 도구로서 형태상 “정형성”이 있고, 이러한 정형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첫 번째의 것이 구석기시대의 사람들이 만든 뗀석기들이다. 이들은 만드는 방법이 매우 체계적이고 능률적 이어서 만든 사람들의 인지활동을 추적할 수 있게 한다. 즉 구석기시대의 석기들은 매우 발달된 사고와 행위의 산물로서 이러한 도구를 제작하는 사회가 하나의 문화를 지녀나가게 되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구석기시대의 도구로는 뗀석기와 뼈도구가 있는데 이들은 주로 “사냥”에 관계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동물을 잡는 도구,다양한 종류가 필요한 것이다. 예를들어 짐승을 해체하고 지방과 고기를 분리하는 데에는 칼의 역할을 하는 석기류(자르개 등)가, 가죽에서 지방을 긁어내거나 가죽과 털을 분리하는 데에는 긁개, 밀개 등이 쓰이게 된다. 그밖에 뼈도구를 비롯한 섬세한 생활도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찌르개, 새기개, 톱날 등 많은 도구들이 제작되어 나갔다.
구석기시대의 2대 생계수단 가운데 하나인 “채집”의 경우 별다른 도구가 필요 없다. 간혹 나무나 바구니 등의 유기물을 썼다 하더라도 이들은 빠른 시간 내에 분해되는 것들이기 때문에유물로 남아있기 어렵다.
구석기시대 후기의 끝무렵이 되면 사냥과 채집 이외에 새로운 생계수단이 생겨나는데, 사람들이 물고기잡이와 조개 등 수산자원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조개따기도 채집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도구가 필요없다. 사실 이것은 채집의 영역이 수산자원에로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린아이들도 조간대에서 조개따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체집단의 식량확보에 좀 더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나간 것이다.
물고기잡이를 위해서는 약간의 도구가 필요하다. 낚시가 가장 대표적이며 작살(또는 찔개살)도 신석기시대에 많이 쓰인 물고기 잡는 도구이다. 작살은 나무 등에 묶어서 사용했을 터인데, 유기 물은 없어지고 독립되어 발굴되면 화살촉과 구분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강가 등지에서는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많이 잡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물추도 시대에 따라 그 모양이 달리 나타나는데, 신석기시대의 그물추는 주로 동글납작한 강돌의 두귀 또는 네귀를 떼어 내어 묶을 수 있도록 한 것이며 청동기시대부터는 흙으로 그물추를 만들어 구워서 썼다. 신석기시대가 시작되고(기원전 10,000년 경) 얼마 지나 마침내 농사짓기에 대해 눈을 돌리게 되었다. 처음부터 농사짓기의 비율이 높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사냥, 채집, 물고기잡이, 농사짓기의 다양한 먹을 거리 확보방식이 확립되었다. 이렇게 다양하게 먹을 거리의 생산활동이 전개된 것을 가리켜 식량생산의 광역화(broad spectrum)라고 한다.
토기는 식량생산의 광역화와 함께 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토기는 그러한 과정에서 생겨난 다양한 먹을거리를 갈무리하고 가공하는 도구로서 발명되었을 것이다. 토기는 특히 하루 하루 생계를 해결하는 사냥채집집단의 살림살이와는 달리 잉여의 생산이 시작되고, “담을 것”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면서 본격적으로 만들어졌던 것이다. 즉 토기는 먹을 거리의 확보 및 이로부터 생겨난 음식문화와 매우 밀접한 관계 속에 있는 유물이다. 차츰 여기에서 나아가 먹을 거리를 준 신에게 감사하고 제의를 지내는 데 필요한 용기로도 쓰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