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콩연구회

3. 우리나라의 장(醬)문화

택일과 장 관리
예로부터 장은 모든 음식의 기본이라 여겼기 때문에 좋은 장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장을 담그려면 반드시 길일을 택하고 부정 탈까 염려하였다. 장담기 사흘 전부터 나들이를 삼가고 장담는 날에는 심지어 음기가 발산될까봐 입을 한지로 봉하고 일에 임하기도 하였다. 장독대를 관리하는데도 지성을 다 바쳤다. 항아리나 단지들은 언제나 먼지 하나없이 반질거리게 닦아놓으며, 장항아리는 햇볕이 나면 열고 비가 오려고 하면 서둘러 닫아 빗물이 한방울이라도 섞이지 않도록 했다. 만일 장맛이 변하기라도 하면 그것은 주부의 큰 실책일 뿐 아니라 집안에 변고가 닥칠 징조라 믿었기 때문이다. 손님을 초대할 때는 “오셔서 우리집 장맛이나 보시지요”라는 인사말을 쓰기도 했다.

메주를 지푸라기로 묶는 이유
메주를 만들 때 지푸라기로 묶는 것은 지푸라기에 붙어 있는 세균 고초균(Bcillus subtilis)이 메주에 잘 접종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고초균은 임의적 혐기성균이며 고온을 좋아하는 (최적온도 40도씨 부근)내열성균이다. 메주는 공기와 접촉하는 외벽에 곰팡이들이 자라고 내부에 고초균을 포함한 세균들이 자란다. 메주 발효온도는 26-30℃부근이 적당하고 온도를 너무 높이거나 자외선이 강하거나 수분이 부족하면 좋은 메주를 만들 수 없다.

숯과 고추를 넣는 이유
장을 담글 때 숯을 넣는 이유는 장맛을 변하게 하는 잡귀를 숯 구멍에 가둔다는 주술적인 의미도 있지만 실제로 숯에는 수많은 나노 사이즈의 미세한 구멍이 있어 자연 속의 유익한 미생물이 거기에 자리를 잡아 장이 잘 발효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고추는 고추의 붉은 색과 매운 맛으로 장맛을 변하게 하는 잡귀를 멀리 쫒는다는 의미가 있지만 실제로 고추에 들어있는 캡사이신 성분이 살균과 방부효과가 있어 장맛이 변질되는 것을 막아준다. 대추도 대추의 붉은 색으로 잡귀를 물리친다는 의미가 있지만 장을 달게 하는 역할을 한다.

버선목 거꾸로 붙이기
장항아리에 한지로 만든 버선본을 거꾸로 붙여 놓거나 줄을 매달아 두기도 하는데, 이는 장을 해치는 귀신이 버선 속에 들어가면 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였다. 즉 장맛이 상하지 않게 하려는 주술적인 의미가 있다. 한편 과학적인 근거도 있는데, 다족류 벌레들은 흰 한지가 반사하는 빛을 싫어하기 때문에 항아리 입구에 흰 버선을 붙여 놓으면 벌레들이 얼씬거리지 않게 된다고도 한다. 충남 논산지방에서는 버선본을 거꾸로 붙이고 나서 “꿀독이오‘라고 외친다. 꿀처럼 맛있는 장이 되어 달라는 뜻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