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현존하는 최고의 단백질 및 기름의 급원이며 기적의 작물로 불리어지는 콩은 식품과 사료는 물론 최근에는 섬유, 에너지, 인쇄, 화장품, 의·약학 등 여러 산업의 친환경 기능성 소재로 용도가 다양해지고 있다. 콩의 수요 폭 이 넓어짐에 따라 이용목적에 보다 적합한 신형들이 요구되면서 이의 육성에 필요한 유전자원의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콩의 유전자원은 중국 NCGB의 25,000여점, 미국 USDA의 18,000여점을 비롯하여 세계 70여 나라에 170,000점 이상이 보유되어 다른 작물에 비해 자원이 잘 보존된 편이다. 그러나 재배콩의 계보를 자세히 살펴보면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재배된 품종의 개발에는 콩 유전자원의 극히 일부분만 이용되어져 재배콩의 유전적 기반이 대단히 취약함을 알 수 있다. 콩의 조상으로 알려진 야생콩은 콩과 교배에서 임성의 잡종을 생성함으로서 유전자의 교환이 용이한 콩의 제1차 유전자급원이다. 특히 야생콩은 재배콩이 발달하면서 유실한 많은 유용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에 주요 콩 생산국에서 는 야생콩 유전자원의 확보와 이용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는 실정이다. 야생콩은 콩의 기원지로 추정되는 동북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분포 서식한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콩문화를 창조 하며 생활하였던 만주지역을 포함한 중국, 극동러시아, 한반도, 일본이 야생콩의 주 서식지로 확인되었으나 베트남, 라오스, 캄 보디아, 미얀마, 북히말라야 등의 지역에도 서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까지 국외의 야생콩 자원확보량은 중국 6,000여점과 미국 1,200여점 등 모두 10,000여점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1985년 콩의 몇 가지 특수성분에 대한 유용 돌연변이 계통을 선발할 목적으로 그해 가을부터 한반도 남부의 재배콩을 수집하기 시작하면서 콩 유전자원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또한 당시 도보로 이동할 수밖에 없던 수집 경로의 야지에서 유년기 부터 익숙한 야생콩을 생물학적 자원으로 다시 만나 지금까지 모든 공간과 시간을 언제나 그들과 함께 해왔다. 돌이켜보면 나 와 콩 유전자원과의 관계가 결코 우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며 그 자원들을 간략히 소개한다. 연구실의 야생콩 유전자원수집과 보존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유전자원으로서의 특성을 고려하여 일찍부터 지리적으 로 격리된 도서지역에서의 우선 수집과 수집자원의 배경에 대한 상세한 자료작성을 전제로 하였으니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연구실을 이끌어 온 모든 구성원이 우리 생물자원의 소중함과 보존에 대한 의무감을 잘 인식하고 있었기에 스스로의 시간과 경비를 투자하면서도 부단히 진행될 수 있었다. 사람의 거주가 흔치않은 외딴 섬에 기상악화로 며칠간 고립된 상황에서도 생 라면으로 버티며 수집을 계속하였다는 이야기 정도는 연구실의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누구든 한번쯤은 겪는 사소한 여담으로 여겨질 뿐이다. 연구실은 7종의 야생두류 유전자원을 수집, 보존해왔으며, 그 중 야생콩(Glycine soja) 유전자원의 보유량은 현재 정리된 경 우만 3,281점이다. 이는 수적으로 중국정부의 보유량에 비하면 미흡하지만 자원학적 가치는 세계 어느 기관의 것에도 뒤지지 않음을 다음과 같은 근거에서 자부한다. 첫째, 철저히 격리된 지역을 우선하여 수집되었기에 독창적인 유용 유전자의 보유가 능성이 높다. 예로 지난 수년간 특정형질 변이체의 발현에 대한 연구결과 본 자원은 일본과 중국의 것에 비해 매우 높은 출현빈 도를 나타낸 바 있다. 둘째, 100%의 자원이 자체 수집되고 출처와 배경이 명확하기에 자원의 유실위험이 매우 낮고 유용자원 의 이용을 위한 세밀한 연구가 가능하다. 과거 실험실의 유전자원 중 수십 점이 발아불능으로 유실위기에 처한 경우가 있었지 만 자원의 정확한 수집위치에 근거한 재수집과 평가로 복원시킬 수 있었다. 또한 최근 발굴한 유용자원에 대하여는 처음 확 보된 정확한 수집위치정보를 바탕으로 주변의 폭넓은 자원을수집, 평가함으로서 해당 유전자의 흐름과 분포를 명확히 알아 낼 수 있었다. 셋째, 해외 야생콩 주 서식지 국가의 유전자원을 법적 제재가 이루어지기 이전에 미리 자체 수집함으로서 자원 보유의 다양성에서 앞서 있다. 이들 보유자원은 한국연구재단 등의 지원으로 새로운 생물활성물질의 발굴과 산업적 활용, 그 리고 선발된 특수유전자원을 이용한 신기능 대두의 육성 및 대체작물 개발에 목적을 둔 국내외 다수의 연구진에게 제공되고 있다. 콩의 기원지나 종주국에 관련된 국제적 시각은 우리자체의 정서와는 달리 중국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때로는 일본까지도 거 론되지만 한국을 지칭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언젠가 미국인 콩 전문가 한사람에게 콩의 역사와 관련된 한민족의 중추 적 역할을 설명하자 상기한 아쉬움에 대한 책임이 나에게도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언급이 아직도 생생하다. 현실은 자료를 포 함한 물적 근거에 기반을 두는데도 중국과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콩의 기원지 또는 역사와 한민족과의 관계에 대한 주장이 단 한번도 국제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이점이 필자가 콩의 기원지에 대한 나름의 언급을 위해 몇 년 전부터 수종 국제잡지에 콩과 관련된 초청논문을 적극 게재하게 된 이유이다. 콩의 조상이며 오직 우리나라만 전국에 분포하는 야생콩은 콩의 기원지 또는 종주국과 어떤 관련성을 가질까. 필자가 야생콩 의 유전자원을 다루는 근간에는 늘 이에 대한 답을 찾고자하는 염원이 있었으며 최근에는 여러 연구 동료의 도움으로 우리 나 름의 주장에 근접하는 중요한 단서를 얻고 있다. 콩의 유전자원에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성과는 여전히 미흡하 지만 금후 이 자원들이 우리 콩의 개발 등 산업적 학술적으로 조금이라도 기여하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남대학교 정규화 교수)
출처: 한국콩연구회 소식 제 284호(1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