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콩알 하나에도 고유한 이름이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 운 일이다. 콩이 하나의 보급종이 되기까지 어떤 개발과정을 거치는지 1999년‘연천3호’개발을 시작으로 마침내 2011년, ‘연풍콩’을 탄생시킨 이은섭(52)박사를 찾았다. 인터뷰 후에 는 연풍콩을 직접 재배하고 있는 두 농가를 방문했다. 작년 콩 농사(8만평)로 4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린 김광수씨는 올해 연 풍콩을 천평의 밭에 심었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을 기 계화하고 있는 김광수씨는 대표적인 기업형 농가다. 또 4년 전부터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연천콩연구회 회장인 최 창수씨는 올해 유기농법으로 연풍콩을 재배하고 있다. 대담 : 이정동(경북대), 배경근(풀무원), 이진영(경기콩연구회) 이은섭 (경기농업기술원 소득자원연구소 연구원) 연천3호의 개발배경은? 이은섭 : 우리나라의 콩 재배면적이 매년 감소하는 이유는 소 득이 낮아 농민의 생활보장이 안 되기 때문이다. 평소 콩을 연 구하는 육종학자로서 농민이 심고 싶어 하는 콩 품종, 즉 수량 성이 좋고 이모작이 가능하고,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적심 이 필요 없는 콩 품종을 개발해야 된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연풍콩(연천3호)의 특징은? 이은섭 : 연풍콩은 콩 꼬투리에 4알의 콩이 들어 있는 것이 특 징이다. 4립의 비율이 약 60%정도이며 100립중 무게는 28g 정도이다. 품질특성을 보면 대원콩보다 아미노산함량과 이소 플라본 함량은 다소 낮지만 지방 함량은 높다. 두부수율과 메 주와 청국장 발효특성은 현재 가장 높다는 대원콩과 같은 수 준이다. 육성 품종 중 농가에 보급된 품종이 되는 비율은? 이은섭 : 우리나라 육성품종 중 농가에 보급되는 품종수는 약 10%정도이다. 2011년까지 국가등록품종으로 등록된 품종수 는 129종이며. 이중 장류용 콩은 광교, 장엽콩, 황금콩, 태광 콩, 대원콩, 대풍콩 등이고 나물용 콩은 풍산나물콩, 신화콩 등이다. 밭밑용 콩으로는 청자콩, 청자3호 등이 있다. 콩 신품종 육성의 어려운 점은? 이은섭 : 콩은 다른 작물에 비하여 변이가 심한 작물이다. 위 도가 1°만 차이가 나도 초형이 변하고 생육에도 차이가 날 정 도로 환경에 민감한 작물이다. 그래서 경기북부에서 육성한 콩 품종을 전라도 지역에서 재배할 경우 전혀 다른 특성을 보 일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지역에서 적응성 검정이 필요한데, 실제로 여러 곳에서 시험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육종 사업은 인공교배, 계통선발, 생산력 검정 및 지역적응성 검정, 내재해 및 가공특성 검정, 품질특성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우리 연구원에서 콩 육종을 담당하는 인 력은2명이다. 연풍콩을 농가보급 시 경제적인 효과는? 이은섭 : 연풍콩은 경기지역을 대상으로 보급하기 위해 육성 된 품종이다. 경기도의 콩 재배면적은 약 6,700ha이다. 연풍 콩이 현재 보급종보다 적어도 12%정도 증수된다고 가정할 때 생산액은 약 26억2500만원이 증가되고, 또 동계사료작물인 호밀을 후작물로 도입한다면 단보 당 30만원 이상의 소득이 창출되어 총 90억원 정도의 수익증가를 예상할 수 있다. 연구소와 재배농가와의 수량성 차이 원인은? 이은섭 : 연구소 수량과 재배농가와의 수량성 차이는 보통 70%정도로 본다. 연구소와 농가가 이처럼 차이가 나는 이유 는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연구소에서의 콩 육종 또 는 재배시험 연구조건은 그 품종에 가장 적합한 조건을 부여 하여 시험을 수행한다. 즉 파종시기, 재식밀도, 시비량, 병해 충 방제, 수확시기 등 최적조건에 맞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 여 얻는 수량이다. 그러나 재배농가에서는 자신의 영농환경에 맞추어 콩을 재배한다. 파종시기와 재식밀도는 품종에 가장 적합조건보다는 농가의 사정에 맞추고, 시비량은 콩 재배토양 의 물리화학성을 고려하기 보다는 습관적으로 적당히 시비를 한다. 병해충방제는 예찰에 의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방제 하면 따라하는 농가도 많다. 수확시기도 농가는 예취하여 쌓 아 두었다가 나중에 탈곡을 함에 따라 조류 피해도 발생한다. 2010년도에 농가실증 시험 수행결과를 보면 연구소 수량과 3 개 농가실증농가와의 수량차이는 없었다. 콩 품종을 등록한다는 의미는? 이은섭 : 품종등록이란 육성된 품종을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 출원이나 국가품종목록등재를 하는 것이다. 작물에 따라 육종 기간은 다르지만 자식성(自植性) 종자식물은 보통 11~13년이 소요된다. 이 기간은“포태의 시간”으로 배속에 태아를 품고 양분을 주듯 공을 들여 길러야 한다. 즉 교배를 한 후 나쁜 특 성을 하나하나 뽑아내어 좋은 특성만을 가진 개체만을 길러낸 다. 품종을 등록하는 것은 자식을 나아 호적에 등록하는 것처 럼 기쁜 일이다. 품종 이름을 붙이는 기준은 ? 이은섭 : 장단백목은 수집지역인‘장단’과 품종특성인‘백목’ 을 함께 부여하였고, 호남농업시험장에서 육성한“송학콩”은 지역을 부여한 품종이다. 최근에는 대부분 콩의 특성을 고려 하여 품종명칭을 부여한다. 예를 들면‘태광’은 콩알이 크고 광택이 있다는 의미이고, ‘대원’은 콩알이 굵고 둥글다는 의 미.‘ 황금’은콩알이황금처럼노란색이고수량이많아소득이 높다는 의미도 있다. 수량성을 나타내는 품종명도 있다. ‘대 풍’은 수량이 많다는 의미이다. ‘만풍’은 수량성이 높아 창고 를 가득 채울 수 있다는 의미이다. 육종과정 중 에피소드... 이은섭 : 2007년 8월말 경 아프가니스탄에서 지원활동을 하 는 NGO 3분이 우리연구소를 찾아왔다. 이들이 돌아가고 며 칠 후 꿈을 꾸었다. 아프가니스탄의 어린아이들과 콩 꼬투리 가 많이 달린 콩이 있는 밭에서“콩을 잘 키워 두유를 만들어 먹자”며 땀 흘리며 일하는 꿈이었다. 꿈에서 깨어난 주말 아 침, 생산력검정 시험포장에서 계통을 살피며 가는데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어 멈추었다. 꿈에서 본 콩처럼 꼬투리가 많 고 꼬투리 하나에 콩알이 4알씩 달린 계통이 눈에 들어오는 것 이 아닌가. 이때 본 계통이 바로‘연천3호’다. 나는 이 콩의 이 름을‘연풍’이라고 지었는데, 매년 풍년이 들어 가난하고 어렵 게 사는 아이들이 마음껏 두유를 먹을 수 있는 콩이 되기를 기 원하는 마음에서다.
츨처: 한국콩연구회 소식 제 296호(1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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