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엔 항상 봉지와 네임펜이 들어 있다. 토종씨앗이 있다고 하면 어디든 달려간다. 어렵게 구한 씨앗을 심어 다시 씨앗을 받고…. 그렇게 4년 동안 모은 씨앗이 200여가지. 그중 60~70가지가 콩이다. 콩이 예뻐서, 콩이 맛있어서 씨앗 중에서도 콩에 빠진 귀농 4년차 농사꾼 김소영씨(45)로 부터 토종콩 이야기를 들어본다. “토종씨앗 있는곳 어디든 달려갑니다…콩콩콩” ‘콩에 빠진 귀농인’ 경기 용인 김소영씨 • 예뻐서, 맛있어서…토종콩 매력에 푹 • 모은 씨앗만 200여종 그중 70종은 콩… 어금니동부·줄강낭콩·개골팥 등 다양 • 콩 공동체 만들어 농사짓고 요리까지
“귀농교육을 받으면서 처음 토종콩을 얻었는데 너무 예쁜 거예요. 콩마다 맛과 모양이 다르고 이름과 이야기도 재미있어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죠. 보세요. 예쁘지 않나요?” 경기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가좌리, 김씨의 집 벽에는 책장처럼 씨앗을 보관하는 커다란 장이 걸려 있 다. 미대를 졸업하고 가구 디자이너로 일하던 경력을 살려 직접 나무로 짠 장에는 작은 유리병들이 가 득하다. 이름표가 붙은 유리병 속의 각양각색 콩들은 반질반질 올망졸망, 그의 말마따나 너무 예쁘다! 얼룩무늬가 있는 호랑이강낭콩, 까만 줄무늬가 선명한 줄강낭콩 등 강낭콩 종류만 해도 예닐곱가지. 가장 큰 콩으로 알려진 작두콩과 하얀 초콜릿 같은 흰양대는 크기부터 남다르다. 귀하다는 귀족서리태, 검은색에 녹색이 감도는 선비잡이콩, 어금니를 똑 닮은 어금니동부, 오리알처럼 생긴 오리알태, 개구리 를 닮은 개골팥 등 하나같이 이름도 모양도 독특하다. “선비잡이콩을 가장 좋아해요. 달고 부드러워 맛있는데다 전해오는 이야기도 재미있거든요.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가 주막에서 이 콩을 먹고는 맛있어서 그만 눌러앉아버렸대요. 그래서 ‘선비잡이’라는 이 름이 생겼답니다. 토종콩의 이름은 재미난 게 많은데, 아직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아 지역마다 다르게 불리기도 합니다.” 전분질이 많아 맛이 좋은 밤콩과 약성이 있는 재팥도 그가 추천하는 종류다. 튀어나온 하얀 배꼽이 제 비 부리를 닮은 제비콩(까치콩)은 가장 힘들게 구한 콩. 씨앗은 주로 시골의 장터나 농가 또는 씨앗을 모으는 사람들에게서 얻곤 하는데, 제비콩은 지난해에야 어렵사리 구해 몇 알 없단다. 그는 씨앗을 모 으는 데 그치지 않고 자가 채종도 한다. 오래된 씨앗들은 발아율이 낮고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200 여종을 모두 심어 발아율을 시험하며 우량종자를 만들고 있는 것. 특히 콩의 경우엔 ‘콩공동체 농사’를 진행해 2012년 6명이 함께 메주콩 농사를 지은 데 이어 올해는 토종콩 50여종을 심을 계획으로 10~20가구의 참가자를 모으고 있다. 가구별로 33㎡(10평)에 10가지씩 콩을 키우며 매주 모여 함께 이 야기하고 요리도 한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처음 토종콩을 접했을 때 어떻게 키우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몰라 답답했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 에게 키우는 방법과 먹는 방법, 콩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콩 공동체를 기획했지요. 서로 다른 씨 앗을 심어 경험을 나누고, 샐러드·피자·떡 등 콩음식을 만들며 콩을 즐기는 거죠.” 그는 또 ‘자연향기 마실(marsil.net)’이라는 블로그를 통해 콩을 비롯한 200여가지의 씨앗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씨앗 무료나눔’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는 두차례 토종씨앗 전시회에 참 여해 씨앗을 제공하고 씨앗전시함을 제작하기도 했다. “다양한 맛과 모양을 지닌 토종콩은 농사의 기본이 되는 것은 물론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토종씨앗은 재배가 어렵거나 수확량이 적은 품종들이 많아 농가에서 상업적으로 대량 재배하 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때문에 귀농인이나 도시농업을 하는 사람들이 토종씨앗으로 농사를 지어 자급 자족하며 씨앗을 지키고 알려야 합니다.” 토종콩 지킴이를 자처하는 그는 사실 어릴 땐 콩을 싫어해 밥에서 콩을 골라내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매일 토종콩 10가지를 밥에 넣어 먹으며 콩을 골라 먹을 정도로 마니아가 됐다. 꾸준히 콩을 먹은 덕에 건강도 좋아졌다니 그의 ‘토종콩 사랑’에 한번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 <출처 : 용인에서 김봉아 기자, 사진 : 김덕영 기자> <자료제공 : 배경근 편집위원>
출처: 한국콩연구회 소식 제 331호(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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