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발효기술의 기원기원전 1000년경부터 기술되기 시작한 시경(詩經, BC 1100-600)에 요주천종(堯酒千種)이라 하였 으니 요(堯)나라가 있었던 기원전 2000년경에는 수많은 술이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 시기에 원시토기문화의 발상지인 한반도와 남만주에서 콩이 식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니 콩의 발효 기술이 태동하기 위한 모든 조건이 갖추어졌다고 볼 수 있다. 중국문헌에서 콩 발효음식으로 처음 등장하는 것이 곰팡이와 세균이 혼재하여 만들어낸 자연 고체 발효물(natural solid fermented product) 또는 메주로 알려진 시이다.
중국의 고서 상서(商書)에는 조미료로서 염(鹽)과 매(梅)만 들고 있으며 예기(禮記, BC 450-AD 100)나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초사(楚辭)에도 “시란 무엇인가?”라고 적고 있다. 한대(漢代)의 무덤으로 알려진 마왕퇴고분(馬王堆古墳) 속에 식품을 넣어둔 항아리들 속에 대나무 쪽에 ‘시’자가 쓰여진 목록이 있다
진대(晋代) 장화(張華)의 박물지(博物志, 190AD)에서는 “외국에 시가 있다”고 했으며, 본초강목 (本草綱目, 이시진 1518-93)에서도 시는 외국원산이라고 하였다. 삼국지(三國志, AD8-265) 위지 (魏志) 동이전 고구려조에는 “高句麗人 善藏釀也”라 하여 고구려 사람들은 발효기술이 뛰어나다고 기술하고 있다. 해동역사(海東繹史, 조선 정조, 순조 시대 저술)에는 신당서(新唐書)를 인용하여 발해(渤海)의 명산물로 수도 책성(首都 柵城)의 시를 들고 있다(이성우, 1984).
중국 고문헌에서 나오는 장(醬)은 오늘날의 뜻과는 달리 육장(肉醬)을 의미. 중국문헌 중에서 최초로 두장(豆醬)이 나오는 시기는 후한(後漢)이 끝날 무렵으로 왕윤(王玧)이 지은 논형(論衡)에 비로소 등장한다. 이로 미루어 고대 중국의 장(醬)은 두장이 아니고 육장이며 두장은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다음 외부에서 유입되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콩 발효기술은 원시토기문화의 발상지이며 누룩을 비롯한 곡류발효기술을 개발 발전시켜온 남만주와 한반도의 동이족이 콩을 식용으로 사용하면서 필연적으로 터득하게 된 식품가공기술이라고 결론지울 수 있다. 초기의 콩 발효식품은 오늘날 한국인이 장(醬)의 제조 원료로 사용하는 메주 또는 청국 장과 같은 형태였을 것이며 이미 청동기시대(1500 BC) 전후에 만들어 졌다고 본다. 메주의 형태로 시작된 콩 발효식품은 간장, 된장과 같이 고깃맛을 내는 조미료 장(醬)으로 발전하여 늦어도 한대 (漢代) 이전(200 BC)에 동북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이로부터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에 전파되었다고 본다. 이성우(1990)는 동북아시아 장류발효식품의 종류와 전파경로를 그림 5와 같이 정리하였다.
한반도 동이족(東夷族)이 시작한 시와 두장(豆醬)은 중국에 전파되어 제민요술(齊民要術. 賈思 ?著 550)과 같은 문헌에 기록된 것처럼 다양하게 발전, 일본으로는 8세기경 나라(奈良)시대에 건너 가 말장(末醬)이라 불리게 된다. 방언집석(方言輯釋, 1778)에는 장(醬)을 중국어로 ‘wid’, 만주어로 ’ 미순(misun), 몽고어로 ‘wid’, 일본말로 ‘미소’라고 했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유중임, 1766)에도 말장(末醬)이라고 적고 ‘며조’라 부르고 있다. 따라서 장(醬)이 일본으로 전해지면서 미순- 밀조- 며조- 미소의 순으로 바뀌었다는 추측이 가능.
일본의 金澤압三郞은 일본된장 미소의 기원지가 만주인 것 같다고 밝힌 바 있으며 川田正夫는 고대의 장은 중국에서는 육장(肉醬), 조선은 두장(豆醬), 그리고 일본은 어장(魚醬)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고 하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