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던가? 내가 중국 땅을 밟던 그날, 그날은 내게 과거를 되돌아보게 해준 특별한 날이었다. 마치 거꾸로 필름을 돌린 것처럼, 주위의 모 든 사람이 옛날 어릴 때 모습이었고, 또 이웃들의 모습이 그대로의 따스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특히 억양은 달랐지만 친밀감이 묻어 있었 고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내 형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중국 길림성 연길시(연변조선족자치주), 1997년의 중국의 모습은 마치 1970년대의 우리나라 시골같은 모습으로 나무로 불을 때서 밥을 짓고, 거리에도 소와 말이 수레를 끌고 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내가 찾는 콩은 넓은 들판 어디서나 볼 수 있어 신기했다. 장쾌하게 넓게 펼쳐져 있는 것은 대개 콩밭이었는데, 멀리 보이는 것도 콩, 옥수수뿐이었다. 나는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기가 바로 말로만 듣던 만주구나 하고 옛날을 더듬어 보았다. 고구려, 발해로 이어 지던 우리 민족이 살던 그 땅의 소속은 지금은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였다. 처음 중국 연변에 갔을 때만 해도 콩을 수확하고 난후 정선기가 없어서 손으로 콩을 골랐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마지막 콩을 선별하는 일 은 일일이 사람 손으로 하고 있었다. 다른 곳은 어쩐지 모르지만, 특히 풀무원에 납품되는 콩은 기계로 정선한 후 손으로 고르는 작업을 해 야 한다. 얼마 후, 나는 유기농콩 구매팀장을 맡게 되어 여러 나라의 콩을 보러 다니게 되었다.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땅을 보는 일이 고, 그 다음엔 품종을 보는 것이다. 그것은 정말 유기농농사를 짓는 가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미국, 호주, 유럽, 중국 등 많은 나라들 을 답사했지만 그래도 중국 쪽이 우리나라와 가장 근접하고, 또 물류비용도 적게 들어 중국을 선택하게 되었다. 중국 연변은 우리나라와 기후가 비슷하다. 연간 강우량이 700ml 밖에 안 되는데다 태풍의 피해가 전혀 없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콩의 생육도 무한형으 로 주경이 굵고 튼튼하며, 분지가 거의 없고 우리처럼 알이 굵고 빛깔이좋다. 만주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넓은 만주벌판(얘기로 듣던 광활한 벌판)과 기름진 토양에서 콩과 옥수수가 재배되는 것을 보는 것은 언 제나 마음 벅찬 일이고 콩 하면 만주 콩이라고 할 만큼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그 중에서도 내가 관심을 두는 곳은 유기농 콩 재배지역이다. 모두들 자기 것을 제일이라고 하지만 유기농의 경우, 인증도 받아야하고 또 누가 봐도 유기농 농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 곳이어야 한다. 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 모두 살펴 보았지만, 그 중 길림성 돈화시 대산이라는 지역이 내가 바라던 콩의 산지였다. 그곳은 누가 봐도 감 탄할 정도로 토양도 유기질토양인데다가 높지 않은 산을 끼고 있고 주변에 호수도 많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곳을 보는 순간‘바로 이거다’하는 감탄을 하고는 바로 계약을 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풀무원이 유기농두부를 만들게 된 배경 이다. 그곳은 이미 선진국(독일, 미국, 일본)에서 중국을 자기네 유기농 산지로 일찍부터 조성하여 수입하고 있었다. 그곳의 유기농장 면 적은 9,000ha(2,700만평)이고, 그 중 유기농콩 재배면적은 5000ha(1'500만 평)로 100여 개(평균 지번이 20~50ha 임)의 지번을 가지고 있다.(참고로 1ha는 3,000평) 흔히‘중국 콩은 나쁘다’고 하는데, 이는 품질, 환경 등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하는 말이다. 나는 우리나라에 좋은 콩을 가져오기 위해 품종 선정, 콩 파종부터 생육상태를 체크하는 것은 물론 한국 유기농인증의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좋은 콩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본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만주지역이 옛 우리 땅이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그 땅을 갖고 올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가서 콩을 심어 이용할 수는 있다. 제대로 유기농농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첫째, 일반농지와 거리가 멀어야 한다. 일반농토와 거리를 두어야하는 이유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배제하는 것으로서 만에 하나 오염되 지 않도록 하기위해서다. 둘째, 토양이 유기질 토양이어야 한다. 토양이 유기질이면 화학비료나 그 외에 화학성분을 배제할 수 있다. 셋째, 기후가 좋아야 한다. 밤과 낮 기온차가 크고 겨울에 온도차가 심하면 병해충이 없으며,태풍이나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면 병충해가 없다
출처: 한국콩연구회 소식 제283호(1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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